신동초등학교에서 웃갓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마을회관으로 들어가기 전 길가에는 조그마한 단층 건물 하나가 서 있다. 웃갓마을에서 유일한 미용실인 한밭머리나라이다. 의자 세 개와 소파 하나 그리고 방 한 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미용실인 한밭머리나라는 늘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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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머리나라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귀자 씨의 고향은 경상북도 문경시 동호면이다. 김귀자 씨는 스무 살이 되던 해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대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2000년 남편을 따라 웃갓마을에 들어왔다. 남편이 웃갓마을에서 특수작물인 채소하우스를 하자 마을 입구에 미용실을 차린 것이다.

현재 미용실이 들어선 건물은 해방 전부터 점방으로 운영되던 곳으로, 한때는 식당도 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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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갓마을 미용실-한밭머리나라 주인 김귀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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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갓마을 미용실-벽에 걸린 미용사 면허증

김귀자 씨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한다. 미용실은 주인인 김귀자 씨가 한 달에 한 번 대구에서 열리는 미용협회에 참석하는 날 쉰다. 가끔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가를 미용협회에 참석하는 데 써버리는 것이 아깝기도 하지만, 미용협회에 다녀오는 날이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김귀자 씨는 협회에 가는 것이 몇 안 되는 삶의 낙(樂) 중 하나라 했다.

한밭머리나라는 직원 없이 김귀자 씨가 혼자서 운영한다. 그래서 대부분 미용실에서 손님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셀프로 이루어진다. 커피를 타 마시거나, 간식시간에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그럴 때는 손님들이 알아서 먹을 뿐만 아니라, 이젠 식사시간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오거나 먹을 것들을 싸와 미용실에서 같이 나누어 먹곤 한다.

김귀자 씨는 마을 사람들이 미용실을 이렇듯 편하게 생각하는 데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한다. 우선 김귀자 씨는 마을의 어머님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장소를 제공하지만 절대 이야기에 간섭하거나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여나 말들이 옮겨져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들어도 못 들은 척하는 것이 그녀의 철칙이라고.

두 번째는 그녀가 가진 것들을 모두 베푸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용실 문을 늘 열어 놓는 것이다. 특히 택배운송이 발달하고, 낮에 집을 비우는 가정이 늘자 모든 택배회사에서는 마을로 배달되는 물건을 미용실로 배달한다. 특별히 부탁한 적도 없는데 택배운송회사에서 알아서 미용실로 배달하고, 마을 사람들도 알아서 물건을 찾아간다고 한다.

세 번째는 모든 스케줄을 손님 위주로 짜는 것이다. 손님이 원하면 새벽 5시에도 문을 연다. 젊은 사람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에 어르신들에게 잘 맞춰 드리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10여 년간 웃갓마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것들이었다.

“도시에서는 젊어서 그런가 몰라도 내 위주가 많았어요. 지금은 저 위주보다는 다른 사람들 위주로…… 여기 어른들은 제가 겪어 보니까 어른이기 때문에 대접을 받고 싶어 해요. 가급적으로 대접 해드리려고 해요. 그래서 꼭 머리(만지는 것)를 떠나서 애기도 많이 봐주고, (아들) 어렸을 때는 힘들었거든요.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업어주고 그랬어요. 그래서 여기 있으면서 조그마한 집도 잘 크고(큰 집으로 옮기고), 살림도 조금 불었어요. 애들도 아무 데나 놔둬도 다 봐주고,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마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는 김귀자 씨는, 자신 앞에서는 머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싫은 척을 해도, 다른 곳에 가서는 ‘거기 한밭미용실 잘한다며 가보라’ 하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가족 같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간간히 머리를 하러 오는 손님보다 커피 한잔 얻어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더 많을 때가 있다며, 김귀자 씨는 우스갯소리로 미용실이 마을 사람들이 오고 가는 사랑방이자 쉬어갈 수 있는 다방과 같다 했다.

“돈을 목적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 사는 게. 오는 사람들한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요. 머리도 하고. 돈을 너무 그렇게 하니까(밝히니깐) 인색해 보이잖아요. 많이 바라는거 없고, 애들 잘 크고, 남편 건강하고 그러면 돼요."

모든 손님이 돈이 될 수 없고, 또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도 없으며, 사는 목적이 돈이 아니지 않으냐며, 그저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아이들 잘 크고 남편 건강하면 된다는 그녀의 말 속에서 소박하지만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삶의 진리가 숨어 있었다.

[정보제공]

• •  김귀자(여, 1971년, 웃갓마을 거주, 한밭머리나라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