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40800048 |
---|---|
한자 | 大都市 隣近 地域 - 信仰- 傳承 樣相 |
영어공식명칭 | Transmission Aspects of Folk Religion in Around the City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대구광역시 달성군 |
집필자 | 이창언 |
[정의]
대도시에 인접한 대구광역시 달성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마을 신앙인 동제의 전승 양상.
[개설]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자연 마을에서는 정월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수호신에 대한 제사를 지내 왔다. 전통 사회에서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정월에는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각종 금기와 의례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금기와 의례는 설부터 정월 대보름 직전까지 문중, 가정 혹은 개인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다가 대보름 전날인 열나흘에는 생활 공동체를 형성한 자연 마을의 수호신에 대한 제의로 이어졌다. 마을 사람 모두가 정성을 다해 모시는 동제는, 정초의 금기가 절정에 달한 시기에 수행되었다. 그해 마을의 운명이 걸린 제의인 만큼, 부정을 철저히 방지하기 위해 폐쇄적인 구조에서 엄격한 금기를 수반하는 제의를 치렀다. 근래 도시화의 영향을 받아 달성 지역의 동제는 다소간 간소화되어 전승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당, 제의 절차, 금기 수행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농촌의 과소화와 고령화,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화의 가속화로 동제의 전승 기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동제를 지속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신당 및 신체]
달성 지역에서는 동제를 지내는 제당을 대체로 당산이라 부른다. 달성 지역 사람들이 당산이라 칭하는 곳은 신격이 천왕인 곳이 대부분이다. 마을에서 동제를 지내는 제당은 한 곳 이상인 곳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한 마을의 제당은 상당, 중당, 하당으로 구분된다. 이럴 경우 상당은 산신을 모시는 산신당, 중당은 마을의 주신을 모시는 동제당, 하당은 마을 입구에서 제액의 기능을 담당하는 골맥이당에 해당된다. 이처럼 한 마을에 소재한 다수의 제당은 근래 간소화의 과정에서 한 곳 정도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달성 지역에서도 이전 한 마을에서 여러 제당에 재냈던 당산제를 한 곳으로 간소화하여 지내는 경우가 많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의 '한정리 원산 마을 동제'는 상당, 중당, 하당격인 산신당, 미륵굼, 삼정자에서 제를 지냈으나, 30여 년 전부터 삼정자에서만 지내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세 곳의 제당에서 제를 지냈던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의 '유곡리 짐실마을 동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을의 제당에서 모시는 동신의 신체는 자연물과 인공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자연물인 경우 노거수나 기암괴석이 가장 흔하다. 인공물로는 돌탑, 입석, 당집, 불상, 장승, 솟대 등이 있다. 달성 지역에서도 나무를 신체로 모시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동제의 신체로 이용되는 나무를 신목 혹은 당목이라 하는데, 수종으로는 가장 흔한 느티나무를 비롯해 회나무, 팽나무, 소나무 등이 있다. 대체로 마을의 신목은 노거수로서 보호수로 지정된 사례가 많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읍의 '성하리 웃물문 마을 성황목'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부 내륙 고속 국도의 현풍 휴게소에 소재하여 작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보호수는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것에 착안하여, 도로 공사 측에서 제당 주변을 정리하면서 소원을 들어주는 '500년 느티나무 이야기'라는 소규모 주제 공원을 조성하였다.
달성 지역에서 인공물로 제당의 신체를 모시는 사례는 돌탑이 가장 흔하다. 돌탑은 작은 자연석을 원통형, 원추형, 사다리꼴로 쌓아 올려 쌓은 탑을 가리킨다. 달성 지역에서 발견되는 돌탑은 대체로 마을의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보 풍수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제당으로 간주된다. 이런 유형의 돌탑 형태 제당을 영남 지역에서는 인위적으로 조성한 산이라는 의미의 조산이라 하는데, 달성 지역에서는 대체로 제당으로서 돌탑을 조산이라 부르고 있다. 조산은 마을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외부로부터의 액을 물리치는 기능을 하는 제당으로서 수구막이라고도 한다. 돌탑의 규모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의 대일리 대일박마을 조산처럼 높이 약 1.5m, 너비 약 3m의 비교적 작은 것에서부터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의 본리리 인흥마을 조산처럼 높이 약 3m, 밑지름 약 5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드물게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남리와 북리의 '논공천왕당'처럼 작은 규모의 사당 형태의 건물에 위패를 모시는 당집형 제당도 있다. 또한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 '한정리 원산 마을 동제'처럼 석재 불상을 당목과 함께 모시는 경우도 있다.
달성 지역에서 마을 신앙의 대상인 신격은 거의 모든 경우에서 천왕과 산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왕을 동신으로 모시며 지내는 동제는 대구 분지와 팔공산 인근 지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마을의 제당이 세 곳으로 분화된 것이 기본 구성으로 볼 때, 세 천왕이 마을을 수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기천왕, 중천왕, 말천왕 등을 모시고 동제를 지냈던 대구광역시 서구 비산동의 천왕매기에서 잘 알 수 있다. 용어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논공천왕당'에는 당상천황(堂上天皇), 마당천황(馬堂天皇), 보안천황(保安天皇)의 세 신격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의]
동제의 제의 절차는 형식상으로 무속형, 유교형, 혼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무속형은 제관 선정에서부터 제의 절차까지 마을굿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제의를 가리킨다. 유교형은 가정에서 지내는 기제나 묘제처럼 유교적 가례에 준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혼합형은 이 두 가지 형식을 혼합한 것을 가리키며, 드물게 불교형까지 포함하는 사례도 있다. 달성 지역의 동제는 대체로 무속형과 유교형이 혼합된 혼합형이 대부분이다.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행하는 동제가 유교형으로 간소화된 것에 비해 달성 지역에서는 마을굿 방식의 동제가 일정 부분 전승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읍의 '성하리 웃물문 마을 동제'는 일부 유교적 제의를 포함한 무속형 동제가 현재까지 전승되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성하리 웃물문 마을 동제'는 천왕굿에 의한 절차인 대내림, 제관 선정, 질굿, 문굿, 고사 독촉, 천왕매기 등 판굿의 기본 과정을 상당 부분 반영한 제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열흘에 천왕 내림굿을 통해 제관을 선정하는 것으로부터 동제를 준비한다. 천왕 내림굿을 위해 마을 회관에 보관한 천왕대의 옷을 입히는 작업부터 행한다. 천왕대는 높이 10m 정도의 대나무로서, 여기에 천을 둘러 옷을 입힌다. 천왕대의 머리에는 꿩의 깃털을 꽂아 두었고, 옷을 입힌 대나무에는 동전이나 화폐를 넣은 복주머니 여러 개를 달아 두었다. 당일 오전에 질굿을 하며 마을 회관에서 당산으로 이동한 뒤, 천왕대를 당산나무에 기대어 놓고 천왕 내림굿을 행한다. 이후 대잡이가 대를 잡은 상태에서 제의 절차에 밝은 마을 사람이 대 앞에서 비손하며 제관 지정을 요청한다. 마을 사람 중 특정인이 제관으로 괜찮겠는지를 물을 때 대가 흔들리면 제관으로 선정되는 방식으로 공양주, 제관, 축관을 선정한다. 제관 선정을 마치면 천왕대를 공양주 집으로 옮겨 보관하고, 제관과 제당에 금줄과 황토를 뿌린 뒤 금기를 행한다. 공양주는 제관의 도움으로 장을 보아 제수를 장만해야 한다. 과거에는 돼지 한 마리를 직접 도살하여 준비했으나, 요즘에는 삶은 돼지머리를 구입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열나흘 자정 무렵이 되면 천왕대를 앞세워 준비한 제수를 가지고 당산으로 향한다. 천왕대를 당목에 걸고 준비한 제수를 진설한 뒤, 유교식으로 제의를 치른 뒤 소지를 한다. 공양주 집으로 돌아온 제관과 일부 마을 사람들은 간단히 음복을 하는 것으로 제의를 마친다.
이튿날 아침 다시 공양주 집에 모여 천왕대를 앞세우고 질굿과 문굿을 하며 당산에서 천왕께 금년 한 해 마을의 운수를 묻는다. 천왕 내림굿처럼 대잡이와 제의 절차에 밝은 사람이 한 해의 운수를 물을 때 대나무가 흔들리는 것으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친다. 이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복과 대동회를 개최한다. 예전에는 지신밟기인 천왕매기와 달집태우기 등으로 며칠 동안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성하리 웃물문 마을 동제'처럼 예전의 제의 방식을 상당 부분 전승하는 곳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대부분 유교식 제의로 간소화한 형태로 동제를 지내고 있다.
[전승 현황]
대구광역시 달성군 지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한 도시화를 겪어 왔다. 과거 농촌이었던 달성 지역은 대구시의 시세 확장에 따라 대규모 산업 단지와 주거 단지가 여러 곳에 조성됨에 따라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대구 국가 산업 단지, 대구 테크노폴리스 일반 산업 단지 등 각종 산업 단지에 속했던 마을은 이미 해체되었고,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과 같이 도심지와의 통행이 원활한 곳에 위치한 마을은 전원 주택 단지로 변화함에 따라 동제가 중단된 사례가 빈번하다. 더욱이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과소화로 인해 동제의 전승 기반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동제를 지속하는 곳에서도 대부분 간소화한 형태로 지내고 있다. 동제의 간소화는 제관 선정과 금기 수행, 제수 장만, 제의 절차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전처럼 천왕 내림굿에 의한 제관 선정은 거의 사라지고 '성하리 웃물문 마을 동제'에서만 실행되고 있다. 제관의 금기 수행 기간도 1년에서 몇 주 혹은 며칠 정도로 크게 간소화되었다. 돼지를 직접 도살하여 장만하던 제수도 현재는 정육점에서 구입한 돼지고기 수육으로 대체하고 있다. 제를 지내는 시간도 열나흘 자정 무렵에서 대보름 오전으로 변경된 곳이 많다.
이처럼 동제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동제를 지속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노력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을의 고령화와 과소화가 급격히 진행된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의 '정대리 한덤이마을 동제'와 '정대리 안매남 마을 동제'에서는 더 이상 제관을 맡을 남성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고령의 여성들이 제의를 주재하고 있다. 또한 이미 중단된 동제를 최근에 복원한 사례도 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에서는 수십 년 동안 중단되었던 '오설리 동제'를 대구광역시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퇴직하여 귀향한 사람이 최근에 복원하였다. 동제를 중단한 뒤 마을에 젊은 남성이 사고를 당하거나 이촌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재인론과 함께 문화적 재생을 통한 마을 만들기와 관련해서, 전통을 잇고자 하는 의지가 동제 복원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제당이 문화재로 지정된 '논공천왕당'의 경우처럼 제일을 열나흘 자정 무렵에서 많은 사람이 참석하기 용이한 대보름 오전 시간으로 변경하여 지역의 여러 기관장들이 참석하는 지역 행사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동제의 온전한 전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옛 방식의 제의를 상당 부분 지속하고 있는 '성하리 웃물문 마을 동제'는 보존의 가치가 높은 문화 유산이다.